[우리 곁의 히어로]초인종 의인, ‘안치범 소화기’로 이웃 곁에

2021-12-27 5



지난 10년간 우리는 남을 위해 희생하고 사회를 위해 용기를 낸 평범한 시민들을 뉴스로 만났습니다.

이번주에는 시민 영웅들의 이야기를 이번주 다시 전해드리려 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소개할 인물은 지난 2016년 채널A가 처음으로 보도한 '초인종 의인', 고 안치범 씨인데요.

당시 28살이던 안 씨는 마포구에서 방화사건이 났을 때 잠든 이웃들의 초인종을 누르며 생명을 살렸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인은 세상을 떠났는데요. 

'살신성인' 정신을 보여준 안치범 씨가 남긴 이야기를 허욱 기자가 들려드립니다.

[리포트]
출근길, 바삐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사이로 활짝 미소짓는 청년의 얼굴이 보입니다.

지난 2016년 9월 9일 새벽, 서울 마포구 빌라 화재 당시 이웃들을 구하다 숨진 안치범 씨입니다.

20대 남성이 동거녀의 이별통보에 격분해 저지른 방화사건.

귀갓길이던 안 씨는 이웃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건물로 뛰어들었습니다.

[안치범 씨/ 신고육성(2016년 9월 9일 새벽 4시쯤]
"여기 불난 것 같아요."

[소방대원]
"주소가 어떻게 되죠? 주소?"

[안치범 씨/ 신고육성(2016년 9월 9일 새벽 4시쯤]
"여기 서교동…" "빌라예요. 불 엄청난다. 네.네.네. 빨리 와주세요."

이웃집 방문을 일일이 두드리며 잠자고 있던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심보라 / 화재 당시 안치범 씨 옆방 주민]
"이게 불인가 싶었는데 그 순간에 막 소리가 났어요. '나오세요' 막 불났어요."

하지만 정작 안 씨는 유독가스에 질식돼 5층 계단에서 쓰러졌습니다.

[안치범 씨/ 신고육성(2016년 9월 9일 새벽 4시쯤]
"네 컥… 아… 저 이거 내려가야 될 거 같은데 이거… 허어…"

[채널A 종합뉴스(2016년 9월 14일)]
"잠든 이웃들을 깨워서 대피시킨 젊은 의인이 있었는데요."

[채널A 종합뉴스(2016년 9월 20일)]
"안 씨가 오늘 새벽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 씨의 오른손에 남겨진 화상자국이 의사자로 인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김은영 / 당시 마포구 복지행정과장]
"제일 먼저 건물 밖으로 나왔었잖아요.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손에 그런 상처가 있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의사자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던 거죠."

초인종 의인 안치범 씨가 묻힌 대전현충원인데요. 

의사상자 묘역에 48번째 의사자로 안장됐습니다.

[안광명 / 안치범 씨 아버지]
"이 놈이 아버지한테 절 받으려고 먼저 간 모양이야. 요즘은 꿈에도 안 나오고… 잘 있었지?"

안 씨의 부모는 숨지기 전 급격히 악화된 몸상태 때문에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지 못한 게 아직도 한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 씨 사망 이후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된 일명 '안치범 소화기'로 위안을 삼습니다.

[한천수 / 서울 마포구]
"옛날엔 소화기가 없었어요. 각 가정에 하나씩 다 준 거예요. (지금은) 집안에 하나씩 다 있고요. 고마운 마음이 있죠."

기초수급자와 독거노인 등에게 보급된 안치범 소화기 1500대는 오늘도 안 씨의 '살신성인'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

PD: 최수연


허욱 기자 wookh@donga.com